천천히 생각하기

언젠가부터 천천히 생각하는 법을 잃어버렸다. 아무 생각없이 낄낄대거나 자극이 없으면 금세 심심해지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나를 죽도록 괴롭히던 잡념이란 것이 나를 먹여살리고 있었나부다.
요즘 하고 있는 일이 진도가 안나가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인 것 같다. 생각을 안하고 글을 안 쓰니 문장을 만드는 법도 잃어버리는가 보다.
어차피 잘쓰는 건 포기하고 대강 페이지만 채워서 졸업장만 따기로 작정한 거라면 대강 말 안되는 얘기라도 말발을 살려서 벌써 끝내버렸을 것 같은데 감감 무소식에다가 문장은 터진 김밥처럼 울퉁불퉁하고 줄줄이 비엔나 소세지처럼 연결도 안된다. 논문에 대해 모르쇠 할 수록 내 인생에 무책임해지는 것 같아 기분 매우 텁텁하지만 한학기 더해도 마찬가지일테니 졸업이나 하자.
내일 줄줄이 비엔나 소세지 사다 먹을까...

by MoOn | 2006/10/30 01:15 | 뒹굴뒹굴 놀기 | 트랙백

민감증

신경이 지나치게 예민한 것도 병증의 하나가 아닐까.
나 자신이 상당히 정의롭다거나 불의를 보면 불끈 달려드는 성격은 아니지만 공공장소에서 규칙을 안지키는 모습을 보면 상당히 짜증이 난다. 생각해 보면 이것도 쓸데없이 예민한 구석인데 하여간 요즘 내가 괜히 신경을 쓰는 건 이것이다.
요즘 다니는 도서관에는 일반 열람실이 있고 자료실이 있고 정보실이 있다. 일반 열람실은 늘 대기표를 받고 기다려야 한다. 중고등학교 시험기간이라도 되면 아예 대기표도 발급불가란다. 항상 공무원 시험이나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득시글거린다. 암담한 우리나라 실업 현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곳이라고나 할까. (슬프게도 나도 그 중의 하나라니...)
정보실에서는 노트북을 쓸 수 있는 책상이 널찍하고 대체로 50%의 점유율을 보이는 편이다. 도서관 규칙상 정보실과 자료실에서는 개인학습을 하지 말라고 여기저기 써붙여놓았다. 그런데 자료실은 개인공부를 하는 사람이 워낙 많기 때문에 이미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상태.
노트북 이용좌석은 좀 상황이 다르다. 노트북 사용이 아닌 개인학습을 하기에는 상당히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가끔 중고생들이 공부하러 들어왔다가 눈치보여 금세 나가기도 하지만 대개는 청결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하루도 빠짐없이  그것도 몇 안되는 유선인터넷 자리를 차지하고 시험공부를 하고 있는 아줌마(로 보인다)가 하나 있다. 정말 대단히 뻔뻔해서 나도 자꾸 눈이 가는 것을 어찌하랴. 뭘 그렇게 공부하나 봤더니 유치원 임용고시 준비중인가보다. 선생님이 된다는 것은 개인의 자질까지 측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 사람의 장래에 대해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보다 공중도덕의식이 뛰어난 사람이 선생님이 되는 것이 사회적으로 장기적으로 좋지 않을까.
나, 너무 민감한가?

by MoOn | 2006/10/11 14:55 | 뒹굴뒹굴 놀기 | 트랙백 | 덧글(1)

이 사회에서 소외당하는 법

웹서핑을 좀처럼 즐기지 않는 미개인인 나로서는 가끔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는 작업이 있을 때나 컴퓨터 앞에 앉는다. 혹은 아직은 낮선 이 동네에서 어떤 가게든 찾을 필요가 있을 때...
요즘 이번 학기에 졸업을 하고 싶은 생각에 컴퓨터에 다시 앉으니 일은 손에 안잡히고 온통 서핑질이다. 나의 서핑질이래야 친구들 미니홈피 들락거리고, 홈피로 뜨는 네이버 뉴스 클릭질해보고가 전부지만 말이다.
내 홈피 관리는 죽어라고 안하고 방명록에 한줄남기느니 전화를 걸어 미친 수다를 떠는 게 더 좋기 때문에 문득 든 생각은 내가 이 사회에서 소외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미니홈피는 먼지낀지 오래고 나 빼고 친구들은 전부 미니홈피로 안부를 물으며 산다. 즉 원치 않는 잠수타는 친구는 없단걸 깨달았다.
난 요즘 반쯤은 의도된 잠수다. 뭐하냐? 하는 친구 질문에 논문써. 논문써. 하는 대답하기 싫다. 이 나이먹도록 아직 공부잡고 끙끙거리는 것도 싫고 그렇다고 신나게 수다떨 대상인 애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난 잠수중이다, 친구들과 연락도 끊고 잠수, 아니 가라앉고 있다..라고 생각하는 걸 반복하다가 쉽게 그냥 잠수중이라고 마음먹었다. 그러면서 이 정신나간 웹세계에 글을 쓰는 나의 심뽀는 도대체 뭐지?

by MoOn | 2006/10/10 22:02 | 트랙백

제길~ 잠이 안온다 했더니

안 마시던 커피를 오늘 세 잔이나 마셨다...
이럴땐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고 싶다. 슈퍼맨 타고 쓩~

by MoOn | 2006/08/30 03:14 | 먹고 놀기 | 트랙백

투덜이의 혼수


많은 친구들은 중고등학교 시절을 추억한다. 대학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어한다.
그리고 나는 그런 친구들을 부러워한다. 나는 한 번도 옛날로 되돌아가고 싶어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지독히 불행한 사춘기 시절을 겪었던 것은 아니고, 곰곰 생각해 보면 아마도 그저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인생의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 때마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것들을 쉽게 받아들였다.
대학을 졸업하고나서는 대학원 생활을 즐겼고-물론 여전히 투덜이를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졸업하고나서는 사회생활을 원했다. 사회 생활을 길게 하지 못한 것을 지금 되돌아보면 참을성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하지만 그때도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결혼이라는 새로운 생활을 나는 환영했다. 원래 결혼했던 사람인 양 결혼을 너무나 좋아했고 결혼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 역시 전혀 하지 않는다.  또한 현재의 나에 완벽하게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아침이 되면 출근준비를 하고 싶어한다. 내 할일은 제쳐놓고 나도 알 수 없는 무언가를 갈구하는 지루한 하루가 지나 밤이 되어 12시가 넘어야 들어 오는 남편의 귀가가 좀 더 이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면서 하염없이 기다린다. 기다리다 지쳐서 짜증을 낼 때도 많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내 인생을 왜 이렇게 보내고 있을까 늘 반성하고 아까워한다.
이런 투덜이 기질을 결혼에까지 가지고 온 요즘은 투덜대는 나 때문이 아니라 죄책감 때문에 힘들어한다. 나 혼자 가지고 놀던 불평이란 것을 혼자가 아닌 남편에게까지 함께 지게 한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요즘의 난 황당하게도 내 안의 투덜이 스머프를 혼수로 가져온 나쁜 아내란 생각을 하며 지낸다. 언제쯤 난 차라리 자기 멋에 취해 남이 날 어떻게 보든 행복한 똘똘이 스머프가 될 수 있을까?


******** 내 안의 독버섯 ㅋ

by MoOn | 2006/08/30 02:41 | 뒹굴뒹굴 놀기 | 트랙백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고 늘 말하면서 요즘 꽤 여러 가지의 담을 쌓고 사는 것 같다.

오늘 친구들의 홈피를 돌아다니면서 공연 문화와 담을 쌓은지 참 오래되었다고 생각했다. 지금쯤 2년 동안 구매 실적이 없으면 포인트가 사라지는 어떤 공연장의 포인트는 아마 확인하지 않아도 없어졌을 것이다. 꽤 많이 쌓였을 텐데 아깝다... 공연문화 뿐이랴. 전시회라는 것을 본 지도 꽤 됐고, 창피한 이야기지만 독서와 담을 쌓은지도 오래되었다. 정기 세일 전단지에 동해서 백화점에 구경하는 것과도 담을 쌓은 셈이고, 이러한 여러가지 문제의 근원에 부딪칠 수 밖에 없는 생산적인 경제활동이란 것과도 아주아주 두터운 담을 쌓아두었다.

요즘 나는 결혼이라는 안전한 담 속에 숨어 하루종일 쉴 새 없이 방송되는 케이블 방송이라는 담에 갖혀있고, 안락한 내 신혼집에서 하루종일 햇빛을 쬐는 담 위의 고양이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어쩌면 조금 더 바지런해질 수 있는 나태함의 담에 조그만 구멍을 내는 것조차도 귀찮아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렇다고 아직도 다니고 있는 학교 생활을 보면, 일주일에 한 번 그다지 부담스럽지도 않은 두 과목 수업에 충실한 것도 아니다. 지난 주에는 미리 해두리라 생각했던 발제문을 결국 수업 전에 초치기로 준비해서 교실로 달려 들어갔다. '일주일 동안 뭐했어요?'라고 물어보는 친구의 답에 '나름대로 바빴어'라는 얼토당토 않은 대답 밖에는 할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어쩌자는 거야. 정신을 차리자!!!!!

by MoOn | 2006/03/29 13:43 | 뒹굴뒹굴 놀기 | 트랙백

영화 수다 떨고 싶다아~~~~

나도 한때는 영화를 많이 보고 열심히 보고 다녔는데, 왠지 영화 이야기는 비슷한 시각을 가진 친구들과만 하게 된다. 현재 이곳에서는 영화 이야기를 같이 할 만한 사람이 아직 한명도 없다. 용량제 인터넷을 쓰는 곳이라 영화 하나 다운 받으면 다들 돌려보는 분위기인데 주로 허접한 헐리우드 액션물이나 한심하기 짝이 없는 국산 영화가 돌아다닌다. 예를 들어 누구라도 <몽정기>같은 영화를 다운 받으면 다들 보려고 난리가 난다...--;;

어제는 모처럼 다들 모여 닭을 튀겨먹는데 <공공의 적> 이야기가 나왔다. 다들 너무나 재미있었다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그저 빨리 이 이야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아주 조용히....
짜증나서 있는대로 저 영화 이래저래 한심하단 이야기만 하다 30분도 못 본 영화에 대해 말하는 것도 우스웠고 괜히 그런 이야기 했다가는 잘난척 하는 것 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얼렁 영화 수다 떨 수 있는 친구들이랑 영화보고 수다떨고 싶다아~~~

by MoOn | 2005/05/16 08:34 | 가출기 | 트랙백 | 덧글(6)

잘난 척 vs. 공주병

가만 보면 내가 두려워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일상인 것 같다. 안정된 일상으로부터 말 그대로 안정을 얻는게 좋을 텐데 난 아직 젊은 건지, 어린 건지, 철이 덜 든 건지 - 어떤지 맨 마지막에 해당될 것 같은 암울한 구름이 이동네 구름마냥 마구 몰려오는 구먼...- 일상이 고등학교 담임의 지겨운 잔소리처럼 느껴진다.

일상으로부터 도망쳐서 새로운 곳으로 갔다고 생각되는 순간 또 다른 일상이 생겨나고 있다. 일상을 찬양하는 예쁜척하는 공주풍의 에세이가 너무 많이 쓰여지고 팔려서 그들과 달라지고 싶다고 했는데 결국 일상을 사랑하는 게 인생을 사랑하는 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 잘났다고 한없이 뽐내면서 좀 남다르게 살겠다고 하는 게 어쩌면 그저 잘난 척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르는 거고 공주처럼 마냥 자신의 일상을 미화하고 예쁜 척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래 공주야, 너 일등 먹어라!

by MoOn | 2005/05/11 00:44 | 가출기 | 트랙백 | 덧글(4)

이눔의 땅에도 봄은 올런가...

빼앗긴 들도 아닌데 이눔의 나라는 도당최 봄이 올 것 같지 않다. 어제 반팔을 입고 선블록 바르고 나갔다가 오늘은 다시 겨울 니트를 두장 껴입고 가죽 자켓과 목도리를 두르고 나가면 추적추적 비까지 내리신다. 날씨로 말하자면 '선진국스럽지 않다'
지난 목요일이 전국 휴일이었고, 남편은 금욜도 덩달아 휴일이었고 오늘은 아무런 약속도 없었다. 3일 동안 다른 사람을 찾지 않고 둘이서 작은 기숙사 방과 시내라고 해봤자 5분 거리 밖에 안되는 곳을 왔다갔다 하고나니 새삼스럽다. 결혼이란 이렇게 나쁜 날씨에 긴긴 휴일을 작은 방안에 못알아듣는 텔레비전을 켜놓고 앉아있어도 싫증나지 않는 사람과 해야한다. 확실하다...

언젠가 비 올 때 집에서 찍은 사진. 이번 주말은 이거보다 훨씬 구질구질하게 비가 내렸다. -.-^

by MoOn | 2005/05/08 07:14 | 뒹굴뒹굴 놀기 | 트랙백 | 덧글(2)

나 흉해?

긴 방학을 즐기고 있는 요즘, 이곳에는 나를 극한의 스트레스로 몰고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런 상황 자체가 없다. 그래서일까, 내 인생의 일부가 진공으로 포장되어 어딘가를 뒹굴뒹굴 바람따라 흘러다니고 있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까탈스럽기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내가 이곳에서 몇몇의 한인 아줌마들을 만나고나서 심하게 신경질을 내고 싶어지는 상황이 생겼다. 결혼하기 전에는 몰랐는데 결혼이란 것이 참 어떤 면에선 나쁘다. 왜 내가 더 좋은 집에 살지 못하는 것이 이리도 사람을 위축시키는 것일까.
이곳에서 지내는 잠시의 방학이 내게 신혼여행 같은 최상의 장소를 제공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다. 그래도 내 팔다리를 접고 엉덩이를 붙이는 공간이 주는 약간의 불편과 아직 젊디 젊은 근육을 좀 움직여주는 것이 아직은 좀 힘들고 서러울 때가 있는 모양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철이 들지 않으면 그처럼 흉측한 것이 없는데, 나 흉하게 늙고있는건 아닐까.

철이 드는 것, 나잇값하는 것, 어른노릇하는 것, 잘 늙는 것... 생각보다 쉽지 않다.

by MoOn | 2005/04/20 09:32 | 가출기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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